로보트태권브이

얼음 2010. 1. 17. 21:11
겨울.
회색 건물 위로 연기가 뿜어 나온다.
연기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옅은 그림자로 덮으며 바람을 따라 흘러간다.
날카로운 공기 속에서 홀로 유유하다.
나는 하얀 입김을 불며 서 있다가 문득 연기를 멈추어 본다.
그리고 슬며시 그 속에 몇 해 전의 내 얼굴을 담아 본다.
살찐 볼과 주근깨. 둥그렇고 하얀 것들을 담아 본다.
Y와 S를 담는다.
또 꿈틀대는 것들을 담아 본다.
높은 곳에서 흐르는 것들을 담아 본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담아 본다.

나는 다시 연기를 흘려 보낸다.
하늘 위로 흘러간다.
높이높이 올라가 연기는 구름이 되어라.

구름이 되어라.
Posted by mar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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