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렸을 때 축구를 좋아했었다. 커가면서 차츰 운동을 멀리하게 되었고, 지금은 지금은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하는 지경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즈음까지는 축구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어도 적어도 보는 것은 좋아했다. 텅빈 관람석으로 둘러싸인 황량하게 펼쳐지는 고교리그도 관심을 가지고 시청했다.

지금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2006 월드컵 때는 우리나라 경기도  보지 않았다. 그동안 내 성향이 변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내가 축구를 좋아하지 않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2 월드컵 때 있었다. 당시에, 축구를 원래 좋아하던 사람이든 축구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사람이든 정말 '온 국민이 하나되어' 월드컵이라는 세계 축구대회에 열광했었다. 나 또한 열광하며 월드컵을 시청했지만, 이상하게도 한편으로는 평소에는 축구에 한치의 관심도 두지 않다가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하니까 갑자기 원래 축구 광팬이었다는 듯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얄밉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그 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같이 좋아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나는 은연중에 생각했나 보다. 나는 원래부터 축구를 좋아했으니 그들과 같을 수 없다, 뭐 이런 생각.

그런데 실상 나는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비슷했다. 올림픽 마라톤을 할 때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할 때 나는 손에 땀을 쥐고 집중해서 시청했다. 평소에는 마라톤과 쇼트트랙에 하등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연장, 또 연장에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아찔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까지 더해 한순간도 TV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그 때 TV를 보는 일이 애국하는 일이라는 느낌까지 가졌던 것 같다. 2002 월드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비록 졌지만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당시에 국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경기를 보기 이전에 핸드볼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그것이 끝난 이후에도 핸드볼에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테네 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여자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은 한편으로 국민들에게 얄미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오히려 서러웠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 때문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그동안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고생했던 일,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길을 걸으며 느꼈던 의회감과 두려움이 기억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올림픽이 끝나고 조금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다시 예전과 같아질 것임을 알기에 서글퍼 했을 수도 있다.

비단 핸드볼 뿐만은 아니다. 축구, 농구, 야구 등 몇몇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 올림픽에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종목과 그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이 아닌 때에는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지 못한다. 스포츠(프로 스포츠)는 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쩌면 지켜보는 관중들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올림픽을 볼 때, 어느 종목이든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올림픽에까지 출전할 정도의 선수면 뭔가 있을 것 같다. 아무려면 보통 사람보다는 낫게 살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에서처럼 정말로 어제의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가 오늘은 할인마트에서 야채를 팔고 있을 수도 있고 빚쟁이들한테 빚독촉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비주류 운동경기를 올림픽 기간이 아닌 평상시에도 사랑합시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영화를 통해 그동안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이들의 삶의 한 단면을 보았다. 감독은 우리에게 그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Posted by march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