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얼음 2008. 12. 14. 00:32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던 여기
시원한 바람 한 자락 있었네

타버린 후 재만 싸늘히 남은 줄 알았던 여기
초록빛 들풀 한 포기 있었네

마지막 꽃잎까지 시들어, 메말라버린 줄 알았던 여기
땅 밑에는 쉼 없이 물줄기 흐르고 있었네

시간조차 멈춰버린 줄 알았던 여기
해는 늘 뜨고 지고 했었네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수 없을 줄 알았던 여기
머리 위에는 항상 넓은 하늘 있었네

아무도 찾지 않을 줄 알았던 여기
멀리서 그 사람 발자국 소리 들려오네


2008 12 13
Posted by mar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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