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는 크게 경우의 수를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중국의 반발에 근거가 있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중국의 반발에 근거가 없는 경우이다. 애매한 제3의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상정하기 어렵다. 첫 번째 경우, 즉 중국의 반발에 근거가 있는 경우를 A라고 칭하겠다. 두 번째 경우, 즉 중국의 반발에 근거가 없는 경우를 B라고 칭하겠다.


A의 경우는 실제로 사드가 중국에게 위협이 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이다. 만일 사실관계가 A로 판명된다면 문제의 구조가 매우 명확해 질 것이다. 한국에의 사드 배치는 미국이 원하는 것이고 미국에게 이익을 줄 것이며, 중국은 원하지 않고 중국에게 불이익이 된다. 즉,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누구의 편을 들 것인지의 문제가 남게 된다.


B의 경우는 실제로 사드가 중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불이익을 주지도 않는 경우이다. 그런데 사실관계가 B에 해당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B의 경우라면 중국은 지금 큰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가 중국에게 위협이 되고 불이익을 준다고 판단하고, 한국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등 한국에 대한 보복을 진행하고 있다. 만일 중국이 착각에 빠져서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중국은 매우 무능한 것이다. 중국의 정보력과 판단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은 현재 어마어마한 강대국이고 정보력과 정책적 판단력 또한 엄청나리라고 본다. 그렇지만 혹시 모르니 B의 경우에 관하여도 논해 보겠다.
B는 다시 경우의 수를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A의 경우와 결론적으로 같아지는 경우, 즉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누구의 편을 들 것인지의 문제로 귀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B-1이라고 칭하겠다. 그러한 문제로 귀착되지 않는 경우를 B-2라고 칭하겠다.
B-1은 중국을 착각으로부터 일깨우지 못하거나 중국의 고집을 꺾지 못하는 경우이다. 중국은 자신이 착각에 빠졌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더라도 태도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B-1의 경우라면 사실관계가 어떻게 되든 중국은 한국에의 사드 배치를 계속 반대하고 한국에 대한 보복을 계속 진행할 것이고, A의 경우와 같은 문제가 남게 된다.
B-2는 중국을 착각으로부터 일깨우고 중국의 고집까지 꺾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려면 한국은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일단 사드가 왜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불이익을 주지 않는지를 매우 상세하게 연구하고 분석해야 할뿐더러 이를 중국에게 아주 잘 설명해야 한다. 또한 온갖 정치외교적 전략을 총동원하여 중국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거나 중국의 고집을 꺾어야 한다. 만일 성공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즉, 한국이 중국과 미국 둘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한국은 B-2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그렇게 보기에는 지금 한국 정부는 너무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사드가 왜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불이익을 주지 않는지에 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 놓지 못하고 있고, 중국에 대하여 별다른 정치외교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아보이지도 않는다. 즉, 현재 한국 정부는 매우 무능해 보인다. 심지어 한국 정부와 언론은 중국의 도덕성을 탓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다. 국가 간의 관계는 주로 정치적인 힘의 논리와 경제적인 이익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사회에서 도덕성의 잣대를 가지고 어떠한 문제가 논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북한의 인권 문제, 무슬림의 할례 문제 등 누구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이러한 경우 대개 강자들이 우월적인 시선으로 약자를 바라보는 형태이다). 사드 문제는 군사적인 문제이고 정치적으로 매우 첨예하고 민감하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이다(강자들 사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도덕성의 잣대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즉, 현재 한국 정부와 언론의 태도는 매우 이상해 보이기까지 한다.


B-2를 제외하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누구의 편을 들 것인지의 문제가 남게 된다. 그런데 나는 B-2는 매우 가능성이 낮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결국 문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누구를 택할 것인지로 귀착된다고 본다. 한국이 미국을 택한다면, 즉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중국으로부터 계속 정치경제적 보복을 당할 것이다. 한국이 중국을 택한다면, 즉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면, 미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것이다. 즉, 한국은 어떠한 경우든 불이익을 얻게 된다. 두 가지 관점에서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익형량의 관점이다. 어떠한 경우가 한국에게 더 이익인지 혹은 불이익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명분의 관점이다. 어떠한 경우를 택하는 것이 한국에게 더 그럴듯한 명분을 줄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첫 번째 관점, 즉 이익형량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은 현재 중국의 보복보다 미국의 보복을 더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경제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한국은 미국에 아주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로써 곧 한국은 미국을 선택해야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변화까지도 예측하고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 미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강대해지고 있다. 향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미국에 대한 의존도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현재로서는 이익형량의 관점에서는 명료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관점, 즉 명분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역시 명료한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지만 결론적으로는 중국의 편을 드는 것에 더 그럴듯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은 한국에 대한 보복에 착수해 있고 실제로 한국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대하여 미국에 호소하며 사드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고 간청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이 미국의 편을 든다면 딱히 중국에게 둘러댈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계거리가 없다. 한국이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한국에 어떠한 보복을 가할 것이므로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드 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중국에 대하여 큰 호소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 대하여 어떠한 제재나 위협을 가하거나 정치경제적인 경고를 하는 등의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현재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을 비판하고 있는데, 만일 한국이 입장을 바꾸어 중국의 편을 든다고 하여 미국이 한국에 보복을 가한다면, 이는 미국이 스스로의 위신을 깎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중국의 편을 드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었을 때 미국이 곧바로 한국에게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해 보면, 사드 문제는 결국 한국이 중국과 미국 중 누구를 택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둘 모두를 잡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현재 한국 정부는 너무 무능해 보이고 그것이 실현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한국이 중국과 미국 중 누구를 택할 것인지의 문제는 두 가지 관점, 즉 이익형량의 관점 및 명분의 관점으로 각각 접근해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익형량의 관점에서의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명분의 관점에서는 중국을 택하는 것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을 비판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명분의 관점에서 한국에게 사드 배치를 철회할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가됨에 따라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군사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언뜻 생각했을 때 사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데, 북한이 바로 옆에 있는 남한을 공격할 때 굳이 높은 고도로 미사일을 쏠 것 같지는 않다. 즉, 사드가 북한의 남한에 대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한국에게는 명분이 있으니 한국 정부가 미국에게 사드 배치 문제를 다시 논의해 보자고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7 3 5


Posted by mar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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