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기

우주 2009. 11. 28. 20:57


마음이 떨려도 떨리지 않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가 물 밑에서는 급하게 발을 휘젓는 것처럼 마음이 아무리 불안해도 겉으로는 완전한 태연함을 보일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나폴레옹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졌을 거라 했지만 사실은 확신을 가진게 아니라 확신하는 모습을 겉으로 나타낸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도 사람인데 자신이 하는 일에 불안해 하는 마음이 없을 수 있었을까. 다만 그는 불안을 철저하게 외부로 드러내지 않았다. 굳은 의지와 신뢰만 바깥으로 비췄다.

불안한 사람이 불안한 사람을 따를까. 불안함은 확실함을 좇는다. 확실함은 ... 없다. 다만 확실해 보임이 있을 뿐이다. 불안은 얼토당토한 확실이라도 좋아한다. 사람들이 자유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에 구속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마음이 떨려도 떨리지 않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은 외로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독을 알아야 한다. 외롭기 싫은 사람은 무언가의 구속을 원한다. 고독을 아는 사람은 자유로울 수 있고 세상에 믿음을 줄 수 있다. 사람을 이끄는 사람은 고독하다. 떨림을 떨리지 않음으로 보이는 게 고독일까.

고독을 모르는 사람들은 떨림을 떨리지 않음으로 보이는 사람, 즉 고독한 사람을 따른다. 나폴레옹은 고독한 사람이었다. 고독한 사람은 고독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우아한 백조, 굳은 금강석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떨림을 잘 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

고독은 고독을 알아본다. 세상에는 고독한 사람들의 세상이 있다.


2007년 7월의 어느 날

Posted by mar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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