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얼음 2017. 5. 17. 00:16

나는 무엇에 괴로워해야 하나.

나는 무엇에 기뻐해야 하나.

나는 무엇에 눈물 흘려야 하고, 무엇에 미소 지어야 하나.

 

잡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보이는 것이 없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없다.

나는 무엇을 살아온 것일까.

 

한 걸음 내딛으려 해도 발 디딜 데가 없다.

손을 내 밀어 보아도 잡히는 것이 없다.

눈앞에는 그저 텅 빈 허공이 있을 뿐이다.

아니, 이것은 허공도 그 무엇도 아니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시작인지 끝인지 중간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차가운지 뜨거운지 적당한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평온함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흐름인지 정지인지 이도저도 아닌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잘 되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함으로써, 한 가지만은 또렷하게 알겠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행하겠다.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함으로써,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느끼겠다.

Posted by mar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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