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아니라면. 그림이나 음악이라면.
나는 어떤 표현을 할까.
어떤 화가가 그린 소녀의 옆모습을 좋아한다.
시간이 흘러야 생기는 깊이도 있는 것 같다.
눈물이 말랐다. 눈빛도 흐려졌다.
슬픈 동물처럼 거리를 걸었다.
나는 언제고 갇힌 채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마치 누군가의 처분을 기다리듯이 살아왔다.
나에게는 처분권이 없었다.
그러다가 나는 나에게 처분권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이는 소녀의 옆모습이 슬퍼 보인다고 했다.
나는 소녀의 옆모습은 슬프지 않다고 했다.
누군가는 소녀가 먼 곳을 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오래 소녀를 바라보았다.
2016 9 6